제13회 아줌마의날 토크콘서트에서 이 시대의 아줌마의 모습과 가정과 사회 속에서
아줌마의 역할에 대해서 우리 엄마들을 대변해 열띤 토론을 해주신 분이십니다.
저희 아줌마닷컴에 누구보다 큰 애정을 가져 주셨고, 가정과 사회에서 큰 역할과 함께
존재감을 보여 주셨고, 아줌마가 되어서야 해를 품듯 빛나는 인생을 살고 계시다고
말씀하시는, 마이하트 이정해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아줌마닷컴 초대 기획팀장을 지내셨으며,
TV에니메이션 “우당탕탕 재동이네” 스토리 작가로, 현재는 논술강사로 활동 중이십니다.
Q 안녕하세요?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워낙 많은 활동을 하시는 분이라 많은
분들이 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이정해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잠시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정해입니다.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인데, 아줌마닷컴을 여러분
보다 조금 더 일찍 만난 덕에 아마 이 인터뷰도 하게 된 것 같아요. 사랑하는 남편과
두 딸이 있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한 사람입니다.
Q 아줌마닷컴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아줌마닷컴 초창기에 평범한 회원으로 있었습니다.
그 때는 회원이 많지 않아 모든 회원들이 직원과 같은 자세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아줌마닷컴 홈페이지에 오타 하나만 나와도 메일을 보내 수정하도록 알리고, 마치 한 동네 사람들처럼 서로의 안부를 매일 챙겼습니다. 지금 “아줌마의 날”로 자리 잡은 제1회 아줌마 소풍을 준비하면서 저도 제가 가진 재능을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에 레크리에이션 진행을 하게 되었고, 그것을 인연으로 초대 기획팀장의 자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아줌마닷컴 직원이 많지 않아서 일인 다역을 했습니다. TV, 라디오, 신문 등 여러 매체에 출연할 기회도 많았고, 그러한 경험이 살면서 여러 방면에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창기에 함께 고생한 사람들을 지금까지 아끼고 챙기는 사장님과 직원들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제13회 아줌마의날 행사에 패널로 참석하셨는데, 새롭게 느끼셨던 기억이나 생각이 있으셨나요?
A 1회 때부터 참가해서 그런지, 13회까지 매회 행사를 치르기 위해 애쓴 아줌마닷컴에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고 울컥했습니다. 아줌마라는 이름만으로 이렇게 폭넓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행사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아줌마라는 단어를 가장 싫어했던 한 사람이었는데, 아줌마닷컴을 통해 내가 아줌마라는 것을 일찍 인정하고 나니 늘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Q 에니메이션 “우당탕탕 재동이네”의 스토리 작가가 된 것은 아줌마닷컴과의
인연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A 아줌마닷컴에 재미삼아 코믹소설을 연재하게 되었는데, 어린이 시트콤 에니메이션 작가를 찾고 있던 “아툰즈”라는 회사에서 그 소설을 보고 저에게 제안을 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마침 제 아이들이 어릴 때라 우리 집 얘기에 조금만 내용을 추가해도 이야기가 술술 나오니 즐거운 창작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전국에 있는 어린이 팬들이 주인공인 재동이에게 온라인 게시판에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제가 매일 답장을 쓰게 되어 7살 아이 수준으로 답글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일부러 맞춤범도 틀리고 난처한 질문이 나오면 “엄마가 이제 자야 할 시간이래”라며 얼버무렸던 일도 많았습니다.
Q 현재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요?
A 학생들 독서와 논술을 지도한 지 12년이 흘렀습니다. 책 읽기를 워낙 좋아하여 다른 직종에 있을 때는 늘 시간을 쪼개면서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가끔씩 집안일을 미루더라도 책부터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책 읽기가 제 직업의 중요한 일이다 보니 가족도 저에게 뭐라고는 못하죠. 밤에 TV를 볼 때도 국어사전을 베고 누워 있어요. 스마트폰도 있고, 전자사전도 있지만, 오래된 습관으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국어사전이 목침처럼 높이도 적당하고요.
수업시간에 기존의 필독 도서도 다루기는 하지만, 저는 가급적 신간서적을 위주로 수업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약 7~10권 정도의 신간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책 읽기를 정말 싫어했던 아이들이 제 수업을 통해 점차 독서광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Q 일을 하면서 가지고 계신 소신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즐겁게 책 읽고, 깊이 있게 생각하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늘 창의적인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학생을 만나면 보통 초등부 과정부터 고등부과정까지 오래 가르치기 때문에 한 번 저와 인연이 시작 된 아이들은 평균 5년 이상은 저와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크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의 작은 의견이라도 늘 존중하려고 합니다.
진짜 공부는 호기심의 충족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아이들이 엉뚱해 보이는 질문을 한다 해도 부모가 진지하게 접근해 주세요. “소원 들어주기”도 가끔 하는데
크리스마스에 과자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학생을 위해 강의실 전체에 과자를 가득 붙여서
감동을 준 적이 있는데, 이제는 매년 연말에 과자 나라 만드는 것이 고정 행사가 되었습니다.
각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로 한번 해보세요. 아이들이 정말 기뻐합니다.
Q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하려면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A 부모님이 먼저 책과 친하셔야 아이들도 책과 친해질 수 있겠죠? 아이와 손잡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셔서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고를 수 있게 하세요. 아이가 나이보다 쉬운 책을 골라도 괜찮습니다. 또 재미있는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그냥 놔두세요.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해서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읽고 또 읽습니다. 아이가 하루에 2시간 책을 읽었다면, 2시간 공부한 것으로 꼭 인정하시고 칭찬하세요.
학습만화만 많이 읽는다고 고민하시다가 아이와 상의 없이 하루아침에 다 없애거나 손이 닿지 않는 책꽂이 꼭대기에 올려놓는 분들도 있는데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럴 땐 학습만화와 도서의 비중을 서서히 바꾸면서 점진적으로 지도하셔야 합니다. 최소한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독서 지도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Q 요즘 새내기 엄마들의 교육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A 요즘 젊은 어머니들은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시는 것 같습니다. 내 아이와 내 아이 주변의 일들까지 정확하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아이가 정말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재능이 보이면 아낌없이 지원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한 가지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여러 가지 정보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의 감정이 어떠한 상태인지 세심하게 신경 쓰시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받아쓰기를 못 봐서 점수가 안 좋은 상태로 집에 왔는데, 엄마가 더 속상해 하거나, 다른 아이들은 몇 점을 받았는지 물어보신다면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분명히 받습니다. 내 아이의 감정이 받아쓰기 점수보다 몇 백배 더 소중하지요.
부모가 어릴 때 자신은 공부 잘했다고 자꾸 얘기하시는 것은 아이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주 많이 얘기하실수록 아이들은 점점 더 믿지 않게 됩니다. 저는 어릴 적 성적표를 다 가지고 있어서 저의 아이들에게 전부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가끔 학생들이 와서 자신의 부모님이 진짜 공부를 잘 하셨는지 의심스럽다고 하면, 저는 그러죠. “증빙이 없으면 안 믿어도 된다.”
Q 요즘 아이들의 고민과 사춘기 자녀들과의 좋은 대화 방법을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청소년들과 많은 상담을 하다 보니 그들의 고민에 대해서도 공감을 많이 합니다. 가장 큰 고민은 노는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죠. 그 외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노력해도 잘 오르지 않는 성적, 외모에 대한 불만족, 이성문제, 부모와의 갈등 등 우리가
청소년기에 가졌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도 청소년기에 우리의 부모님과 다 어느 정도의 갈등이 있었죠. 그리고 이런 결심을 했었을 거에요. 나는 커서 꼭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요. 그렇지만, 그 때의 다짐만큼 과연 우리는 좋은 부모라고 자신할 수 있는지요? 내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그 잔소리를 우리는 매일 나의 자녀에게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시 읽기 좋은 날” 이라는 책의 에필로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경전엔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이 세 가지 관문을 통과했는가?’를 미리 점검해 보라는 가르침이 있다고 해요.
첫 번째 관문 : 그 말이 진실한가.
두 번째 관문 : 그 말이 필요한가.
세 번째 관문 : 그 말이 친절한가.
가족에게 어떠한 말을 하기 전에 위에 적은 세 가지 관문을 생각한다면 많은 문제들이 줄어들 것 같네요. 이런 글 읽으면 새롭게 결심해 보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원점 이라 구요? 실패해도 자꾸 시도하세요. 작심삼일이면 어떻습니까? 삼일 마다 자꾸 새롭게 마음을 먹으면 되지요. 제 아이들이 이 인터뷰를 읽으면 엄마나 잘 하세요 할 까봐 걱정이 되네요.
Q 요즘 시대가 원하는 "아줌마"는 어떤 존재라 생각하세요?
A 아줌마는 과거에도 세상을 바꾸는 존재였지만, 앞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아줌마는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가족을 발전시켰다면, 지금의 아줌마는 가족과 함께 같이 발전하는 사람 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들에 대해 자꾸 배우고 시도할 수 있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Q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어려움이라든지, 또 그럴 때 어떤 원칙으로 진행하시나요?
A 나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에 대해 가족에게 항상 솔직하게 알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좋을 땐 좋은 대로, 힘들 때는 힘든 대로 말합니다. 예를 들어, 육체적으로 지치고 힘들 때는 누구나 짜증이 날 수 있지요. 그럴 땐 미리 나의 상태를 가족에게 알립니다. 내가 지금 피곤한 상태이므로 자칫하면 짜증을 낼 수 있다고 미리 알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남편이나 딸들도 저를 조심스럽게 대해 주고, 저도 고마운 마음에 피곤이 더 일찍 사라지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Q 저희 아줌마닷컴 회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A 제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여기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는 가장 지치고 힘들었을 때 아줌마닷컴을 만났고 여기에서 큰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저의 인생이 차츰차츰 바뀌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외롭고 지칠 때가 있지만, 그럴 때 아줌마닷컴에서 힘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아줌마닷컴 게시판 중에 “나 너무 속상해”라는 게시판이 있죠? 제가 근무할 때 만든 게시판인데 아직까지 명칭이 안 바뀌고 있어서 뿌듯하네요. 인생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애쓰고 노력한다면 조금씩 조금씩 좋아집니다. 하루아침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 낸 성공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지금 느리게 성공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어요.
Q 자신은 어떤 아줌마라고 생각하시나요?
A 참 재미있는 아줌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매일 삶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나이가 들어도
열정이 전혀 식지 않는 제 자신이 마음에 들어요. 저는 살면서 많은 실패를 하는 제 자신이 한 때는 무척 싫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어느 책에서 도전을 많이 한 사람만이 실패도 많이 한다는 글을 읽고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람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고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있어 계속 성공만 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제는 하루에 300번 이상 웃으며 아직도 상상력이 풍부해서 학생들과 함께 엉뚱한 미래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눕니다. 앞으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또 진화할지 무척 궁금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A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도덕과 인품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여 각기 자기의 분야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가르치는 일 외에 웹툰 스토리 작가로도 성장하고 싶고,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하시는 아줌마닷컴 회원들에게 작게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눈높이 사랑으로 아이들의 작은 의견이라도 늘 존중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신다는 밝고 소탈한 웃음의 소유자, 우리들의 삶은 내가 매일매일 기획할 수 있는 작은 이벤트라고 말씀하시는 열정적인 이정해님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저희들에게
한줄기 소나기로 전해져 옵니다.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 주신 이정해님께 감사 드리며,
아줌마닷컴의 왕 언니로, 늘 저희들 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아줌마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화이팅입니다~~
인터뷰진행 아줌마닷컴 소정화 sjhkys@inuscom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