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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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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도보여행가 황경화님을 만나다


BY 아줌마닷컴 2010-10-14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입니다.

 

개봉작을 보니 ‘1년간의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챙겨야 할 거리들이 많은 우리 여성들에게 여행은 진정 가슴 설레는 단어일 거에요.

 

저의 경우는 최근 체력과 여유가 된다면 산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꿈도 못 꿉니다. 그런데 한 아줌마닷컴 회원 분께서 70대의 나이에 도보여행가라는 분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듣고 정말 신선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그 분을 열정적이게 할 수 있을까? 닉네임 ‘안나’로 유명한 황경화님은 도보여행가입니다. 70대 나이에도 여행가로 유명한 황경화님을 아줌마 위인전에서 만나봅니다. 무엇이 그녀를 여행하도록 움직이는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황경화님을 만나기 전에 우리의 삶은 여행이라는 생각을 살포시 해봅니다.

 

10월이 깊어가는 지금…… 황경화님의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잠시 여행을 떠나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이렇게 응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존 인터뷰 하신 것을 보니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정년을 앞에 두고 여행의 길로 입문하셨다는 내용을 보았어요. 교직에서 정년 은퇴하시고 조금 더 편한 노후.. .. 편한 여행, 문화생활 등을 하시면서 노후를 보내실 수 있으셨을 것 같은데 굳이걷는노후를 선택하신 이유가 참 궁금합니다.


A  정년을 8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처음에 사표를 낼 때는 40년 가까이 교단에 섰으니 이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 둔 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야트막한 산을 3년 남짓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체력이 단련이 되어서 우리나라의 큰 산을 두루 다 다녔고 지리산, 덕유산, 설악산은 모두 십여 차례씩 다녔습니다. 그러다 제가 예순 넷이 되던 해에 남녘의 푸른 보리밭을 보니 걸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해 해남 땅 끝 마을에서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800km를 혼자 걸었습니다.  

 

 


Q 교직 생활과 여행가로서의 지금을 비교하시면 어떠세요?


A 교직 생활도 제 적성에 맞아서 즐겁게 보람을 느꼈으니 40년 가까이 할 수 있었지요. 그렇지만 퇴직 후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니 학교를 더 앞당겨 그만 둘걸 그랬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현재의 생활이 너무 즐겁습니다.


Q 황경화님의 어린 시절, 청춘 시절, 중년 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한번에 쫘악 설명해 주시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부탁 드릴게요.


A 어린 시절은 제가 6남매 중 맏이여서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도 많이 했어요.  어린 동생들도 봐줘야 했구요.  게다가 6.25전쟁 직후여서 공무원인 아버지 밑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자랐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했는데 결혼을 일찍 해서 애들 키우면서 직장 생활하려니 정신 없이 힘들게 살았어요.

중년에 들어서서는 서울에서 인천까지 전철로 18년 동안 통근을 했어요.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애들 도시락 4개를 싸느라 새벽 4시에 일어나도 늘 동동거리며 뛰어 다녔어요.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부터 젊었던 시절을 거쳐 중년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살았네요.

 



Q 가족 분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A 회사를 운영하는 남편과 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들이 둘인데 큰 아들 부부는 둘이다  신문기자를 하다가 지금은 아들은 사진기자로, 큰 며느리는 여행 플래너로 여행서를 10여 권 냈고 지금도 여행기를 각종매체에 올리기도 합니다. 작은 아들 부부는 가업을 물려받아 회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황경화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A 가족은 제게 든든한 버팀목이며 힘입니다. 나아가서 제 삶의 구심점이기도 합니다. ^*



Q 결혼하실 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결혼 이야기요? ㅎㅎㅎ

막내 시동생 담임을 했는데 남편이 군대 휴가 나왔다가 저를 보고 3년 가까이 쫓아 다녔어요.  스물 셋이던 해 12 29일에 결혼했어요. 그나마 약혼해 놓고 마음이 흔들려서 그만 두자고 했다가 남산에서 뺨 한대 맞았는데 그 순간 남편이 박력 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결혼했는데 봄에 하기로 했던 것을 제가 변덕을 부리니까 앞당겨 겨울에 한 것이지요.



Q 그 동안의 도보여행 코스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A 국토 종단 800km, 해안일주 4000km, 스페인 산티아고 800km, 그 외에 한강, 낙동강 등을 발원지부터 완주했습니다.



Q 가장 기억나는 도보여행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혼자서 동해, 남해, 서해를 110일간 걸었던 해안일주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들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길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제겐 인생의 스승이었지요.



Q 아들 부부와 함께 도보여행을 가신 적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혼자 도보여행을 떠나는 것과 가족, 친구와 함께 도보여행을 떠날 때......어떻게 다를까요?


A 두 가지 다 일장일단이 있지요. 혼자서 떠날 땐 저 혼자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니 자유스럽고 마음이 편합니다. 길에서 만나는 꽃이나 풀 한 포기와도 교감할 수 있고 자연을 완전히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나 혼자 가면 두려울 때도 있고 너무 외롭기도 하지요.

동행이 있을 때는 걸을 때나 끼니때나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니 그러다 보면 자연과의 교감도 반밖에 하지 못하고 때로는 동행과 얘기 나누느라 볼거리를 놓치기도 하고 온전히 자유롭진 않지요. 다만 동행이 있을 땐 든든하고 안심되고 편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동행이 누구냐에 딸렸습니다. 동행을 잘못 만나면 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없지요.

 

Q 앞으로 도전하실 도보여행 코스를 알려주세요.


A 지리산 둘레길을 1,2코스만 걸었으니 나머지 길도 걸어봐야겠고 제주 올레길도 새로 개통된 길을 걸어야죠. 그리고 남편과 함께 우리나라 섬들을 도보 여행할 계획입니다.

 

 

 

Q 우리 여자들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아줌마닷컴에서도 우리 아줌마들에게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면여행은 항상 상위권에 랭킹 됩니다. 특히 남자들 보다는 여자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애요. 왜 우리 여자들은여행에 대한 동경을 그렇게 안고 사는 것일까요?


A 여자들에게 여행이란 매일같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서 일탈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자신의 존재 확인도 해 보고 싶겠고,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도 큰 이유가 되겠지요.

 

 

 

Q 10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아줌마들에게 도보여행 코스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으로는 1. 강촌 문배마을(청량리 역에서 경춘선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어 당일 코스로 좋음), 2. 남한산성길, 3. 북한산 둘레길, 4. 옹진군 덕적도  이렇게 소개해 드리고 싶구요. 그 외 여행코스로는 1. 월악산 하늘재, 2. 내소사 (전북 부안군), 3. 소양호-청평사 이렇게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Q  여행을 통해 얻으신 것이 있다면요.


A 사고의 폭을 넓히고 마음을 비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몸무게만 줄어든 게 아니라 마음의 다이어트도 했으니 일거양득이죠. 그리고 삶의 방향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서요.

 

 

 

Q 아줌마닷컴에서 인터뷰 요청을 드려 처음에 놀라셨을 거에요. 아줌마닷컴에도 60, 70대에 활기찬 인생을 사시는 회원 분들이 많습니다.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아줌마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A  노후 준비란 저축만이 아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관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고 노후를 위해 취미생활을 길러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건강한 몸으로 좋아하는 취미생활이 있으면 외로울 틈이 없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구요.

내 경우엔 사진을 배워서 여행 사진과 함께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요즘은 트위터를 하는 재미에 빠져 있어요.

 

 

 

Q 대한민국에서 아줌마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황경화님께서 생각하시는 아줌마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A 아줌마란 우리 사회를 지탱해 나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억척스럽게 열심히 사는 그녀들이 있어 우리의 미래가 밝고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가족만 생각하다 보니 자신을 잊고 살기도 하지만 누구도 그 존재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힘이지요.

 

(인터뷰 진행 : 아줌마닷컴 곽지희 / jhkwak@inuscomm.co.kr)

 

황경화님은

1940년 개성출생. 춘천사범학교를 나와 초등학교에서 4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쳤다. 58세의 나이로 명예 퇴임한 뒤 걷기에 취미를 붙여 도보여행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책도 펴내 어릴 때 품었던 작가의 꿈을 뒤늦게나마 이뤘다. 모시던 시어머니가 지난해 여름 94세로 돌아가시고 지금은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다. 서울에 사는 친정어머니(95)께서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지금은 매주 이틀씩 간병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걷기 여행과 블로그 운영, 강연. 방송출연 등을 통해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저서로는 <내 나이가 어때서?>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