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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미안하다 그래도 사랑할 것이다...작가 천정자님..


BY 아줌마닷컴 2010-08-31


 

고은 시인의 <만인보>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습니다. 이전에 한 스승님께서 <만인보>를 읽지 않고는 공부를 못한다고 하셔서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네요. 별책까지 무려 12권짜리인 대작 <만인보>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며 느낀 소감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맞는 거구나…….’

 

갑자기 <만인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바로 <아줌마 위인전> 때문입니다.

 

2010년 아줌마닷컴의 <아줌마 위인전> 인터뷰를 8번째 진행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터뷰 7회까지 오면서 부족하지만 조금은 아줌마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일을 하면서 솔직하게 아주머니들을 통해 공부를 한 것입니다.

 

위로의 힘이 있던 멘토 왕사마귀님, 연탄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윤유선 실장님, 욕심 많고 아름답기까지 한 젊은 아줌마 위즈덤님, 인터뷰 순간부터 음악이 현장에서 흘러나왔던 김은실 지휘자, 오지랖이란 단어를 기분 좋게 아름답게 만들어주신 말괄량이 삐삐님, 행복한 요리로 행복한 마술을 펼치시는 이현주님,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서도 고향의 자연이 느껴졌던 이경애님까지 기혼여성들의 이야기를 언제 이렇게 접해볼 수 있을까요?

 

아줌마닷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지면을 통해서 밝히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이 세상에서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묻는다면주저하지 않고나의 어머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랍니다. 어머니를 위인전 인터뷰 자리에 모시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 어쩔 수 없는 불효자식이기 때문이지요.

 

어머니의 딸로 살면서 얼마나 상처를 많이 드렸는지 모릅니다. 딸이라서 드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상처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어머니의 큰 사랑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작은 그릇이 될 수 밖에 없는 딸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사시는지 감히 코멘트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눈물겹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희망적입니다. 이렇게 눈물겹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희망적인 이런 이야기들을 넉넉하게 글로 풀어주시는 분들이 아줌마닷컴에 계십니다. 바로 아름다운 사이버작가님들이시지요.

아름다운 엄마들,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 <아줌마 위인전> 인터뷰 자리에 사이버작가 회원님들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아줌마닷컴의 위상을 높여주고 계신 멋진 사이버작가님들…… 모든 분을 다 인터뷰 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상 몇 분만 모시게 된 것에 회원님들의 양해를 부탁 드릴게요.

 

혹시 여러분께서는 사이버작가 글쓰기 비법을 아시는지요?

 

1. 조회수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2. 댓글이 없다고 시무룩하지 마라! 3. 인기베스트 순위에 신경 쓰지 마라! 4. 꾸준히 날마다 써라! 5. 꾸준히 날마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어라! 6. 수다에 열정을 더하기하라! 7. 가끔은 쉬엄쉬엄 천천히 관찰하라! 아줌마닷컴 사이버작가 천정자님의 글 <사이버작가 글쓰기 비법을 공개합니다!>에서 발췌한 일부 내용입니다.

사이버작가 글쓰기 비법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는 작가! 작가 천정자님을 지면에 모십니다. 지금부터 천정자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Q 천정자님, 우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아줌마닷컴을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엔 에세이 방에서 활동하다가 작가의 방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 땐 지금처럼 많은 조회수가 높지 않았고, 저도 늘 조용히 머물다가 한 글 한 글 올리다 보니 아예 안방마님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오면 편안해요. 그래서 질리지도 않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Q  특히 아줌마닷컴 사이버작가와의 인연이 물론 궁금합니다.


A  처음엔 에세이 방에서 활동하다가 작가의 방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 땐 지금처럼 많은 조회수가 높지 않았고, 저도 늘 조용히 머물다가 한 글 한 글 올리다 보니 아예 안방마님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오면 편안해요. 그래서 질리지도 않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Q 가족 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실 수 있으세요?


A  저를 포함 4식구입니다. 헤헤

 


Q 평소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A 헤헤..수다를 집필한다고 하니 웃음이 먼저 나오네요.

 

하긴 글 쓰는 작업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매일 다르게 느껴 봅니다. 저 자신도 스승도 없이 누구에게 전수받은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 법도 모르고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중구난방입니다. 수다쟁이가 입을 꾹 다물고 참으려면 홧병이 제대로 납니다. 그러니 꼭 풀어야 되요.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그냥 스트레스 확 풀듯이 보따리를 펼쳐야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술술 풀리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만큼 좋은 약은 없더라구요. 어느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 걸린 환자의 애길 하루 종일 들어 주는 것이 치료라고 하던데 전 사이버 작가방이 의사라고 생각하고 그냥 모든 걸 쏟아 놓았으니 속이 후련해지는데 더도 덜도 말고 아무리 생각해도 전 앞으로도 좀 시끄러운 아줌마 수다쟁이가 확실합니다.

 

제가 좀 느리고 굼뜨고 눈치가 재빠르지 못해서 흠이긴 하지만 그게 좀 길게 오래 유지되는 것들이 요소라고 요즘 깨닫습니다.



 

Q 이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그리고 딸에 대해서도요. 저는 상당히 불효자식이랍니다.


A 만약에 이 세상에 어머니가 없다면 저 자신도 존재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제 딸도 내가 없으면 세상에 나 올 수 없는 것처럼. 존재에 대한 연결고리를

모른다고 해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저는 가끔 울 엄마를 나의 딸을 다른 인격의 대상으로 읽어보기도 합니다. 좀 어렵고 개똥철학처럼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아무튼 전 울 엄마 없이 저도 이 세상에 나 올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어머니들은 가장 나에게 소중한 지렛대이며 귀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는데 전 울 엄마한테 마음에 들게 살지를 못해요. 정말 마음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련을 해야 할까 그런 적도 있었지요. 살아 계실 때 할 수 있는 것을 해 드릴 때 가장 최선의 효다 이런 맘으로 어머니를 볼 때 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말을 별로 한 적이 없더군요. 말로는 뭘 못해? 저 자신도 실천하기 어려운데 누군들 이런 일이 쉽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 전화 좀 드릴려고 합니다.

“ 엄마! 서울도 비 많이 와유?” 헤헤




Q 현대사회가 너무나 각박하지요. 그래서 가족 간 사랑, 이웃 간 사랑도 사실 포장된 경우가 많고 불륜 등으로 왜곡된 사랑도 많습니다. 진정한 사랑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난해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많이 잃어버린 우리들, 어떻게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A 질문이 너무 어렵네요.

 

내 식대로 대답을 하자면 요즘 가족이 너무 바빠요. 애들은 학교에서 잠만 숙박만 안 하지 집에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사실 학교급식으로 가족이 오붓하게 함께 식사한다는 것도 월중행사가 된 가족이 많아요. 그리고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는 현대인에게 당연한 코스이고, 나름 각각의 일상이 다른 분들은 또 그 만큼 바쁠 것입니다. 대화 시간은 한 가족이 한 분이 알바를 하나 쉬든 아니면 백수가 되어 있는 것은 시간밖에 없어도 가족이 함께 있어도 싸우지 않음 다행이고 눈 만 멀뚱히 마주보는 일도 흔하지 않다는 군요.  중요한 것은 가족의 중심관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가족이 과연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인가? 지구상에 새들의 이름을 빌려와 기러기 가족, 독수리 가족 등 조기유학으로 교육이 중심이 된 가족이 참 많아 졌어요. 요즘은 외국에서 오는 새댁들이 많이 오니 다문화시대가 되었는데. 이젠 어떤 가정이 가장 이상적이고 정상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일입니다.

 

아프리카에선 애들이 부모 없이 기아에 허덕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고, 멕시코의 국경에선 미국으로 밀입국 하기 위해서 가족을 다 버리고 목숨을 건 탈출을 하다가 기차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들의 주 목적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일원으로서 보다 나은 조건을 찾다가 그런 사고를 당한 사람들 애길 들어보면 살기 위해서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곳이 지구촌 곳곳에서 버젓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정의를 내린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정말 질문이 어려워서 대답도 어렵게 됐네요.




Q 행복한 작가는 어떤 작가일까요?


A 글쎄요. 저 자신도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요.

 

일단 작가라면 자신의 글에 많은 책임을 싫던 좋던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잇다는 것에 행복한 것과는 거리가 좀 멀게 느껴집니다.

 

만일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어느 학교나 어느 문단에서 수업을 받았다면 전혀 이렇게 글을 쓰지는 못 할 것입니다. 우연히 한 작가의 일대기를 살펴 본 적이 있었는데 한글의 맞춤법 틀리고 문단의 문법의 규칙으로 뭉쳐져 그 걸 다 지키며 작품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하였다. 라고 고백한 글을 보고 난 후 제가 쓴 글을 보니 앞 뒤 안 맞는 문장 서술어며 맞춤법이며 띄어쓰기는 더욱 엉망이고 그러데요. 내가 국문학과를 안 나오길 참 다행이다! 라고 위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습지요?

 

어느 문단이던 어느 학과 던 소속 없이 내 맘대로 떠들고 쓰고 난리 부르스를 춰도 그들에겐 뭐하나 손해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고 이런 배짱도 생기고 거기다가 제가 아줌마잖아요? 그러니 일단 일부터 저지르고 보자! 막 나가는 무대포정신이 문학이던 순수문학이던 저랑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저도 규칙이나 규격은 체질에 안 맞았나 봅니다.

 



Q 사이버작가에 엄청난 그리고 다수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올린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도 궁금하구요.


A 제가 생각해도 이건 좀 미치지 않으면 이렇게 하라고 누가 사정을 해도 잘 못 했을 겁니다. 아줌마닷컴에서 인터뷰 요청도 상상도 못 한 거구요. 참 사람팔자 시간 팔자라는 거 정말 절감합니다. 남 애길 주절주절 거리다가 결국 내 애길 하다가 수다 떨다가 이렇게 된 거지요. 거창하게 계획을 세워서 했다면 질려 버려서 벌써 포기 했을 겁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나에게 생각의 방향을 틀어주게 한 작품입니다.

 

사이버 작가글방에미안하다 그래도 사랑할 것이다

이 글은 제가 써놓고도 몇 번을 읽고 또 읽었어요.

 

그 동안 뭐가 되기 위해서 또는 명예이든 돈이든 남에게 무수하게 읽혀질 대상이 되어서 주목 받기 위해서만 살다가 그냥 얼치기로 살아도 괜찮겠구나. 내가 살기 바빠서 다른 존재를 너무 관심을 두지 못 했구나 등 참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나와 다른 모습으로 생명으로 비록 태어났지만, 묵묵히 자신의 생을 이행하는 것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짐승이나 식물이나 그 어떤 생명도 자신의 목숨을 끓거나 사람처럼 자살은 하지 않아요. 우리 집 개 복순이도 자기 몸이 안 좋거나 속이 좋지 않으면 그 좋아하는 고기도 입에 물지 않더군요. 자신의 몸이 나아질 때까지 금식을 합니다. 나는 사람인데 그들과 같이 지구에서 발을 딛고 사는데도 말입니다. 힘들다고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죽고 싶다고 우울증 걸려서 내 발로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 간 적도 있었지요. 그 때 경비원 아저씨가 열쇠 없다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지만, 그 내일이 벌써 십여 년이나 지나버렸어요, 바빠서 아직 옥상에 못 갔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젠 다른 분명한 사유를 만든다면 그들과 함께 같이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현재 제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혹시 우울증 걸리신 분이 계신다면 주위를 한 번 관찰해보세요. 분명히 매일 보던 사물이나 광경이 그 동안 보지 못한 것이 시선 안에 들어 올 겁니다. 나와 다른 시선이라도 얼마든지 포용 할 수 있는 마음도 생기고요. 넉넉해지는 경험을 한 번 느껴보세요. 사람의 마음은 온 우주보다 더 넓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Q 아줌마닷컴 외에 다른 곳(글을 올리시는 곳, 원고료를 받으시는 곳)이 있으시지요?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아줌마닷컴 사이버작가님들이 사실 문예지를 비롯 그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글 솜씨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A 한 삼사 년 전에 제가 인터넷카페에 회원을 가입을 했었는데, 댓글 없이 아무 말도 없이 글만 진짜 많이 퍼 간 겁니다. 처음엔 그냥 그렇게 해도 괜찮은 줄 알았지요. 그런데 좀 영 개운치가 않은 겁니다. 양심이 찔리고 미안해서 뭐라도 주고 가져 올 걸 이런 생각에 게시판에 글 하나 남겨두고 몇 번을 하다 보니 어느 날 카페운영자가 쪽지가 왔습니다.

 

“혹시 작가이신지요?” 답장은 아뇨! 헤헤 이렇게 보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카페가 그냥 카페가 아니고 인터넷신문과 연결 되어 운영되는 곳이고

거기에 카페지기님이 그 신문에 편집위원이었습니다. 저에게 몇 번을 글을 올려 달라고 하시는데, 전 그게 원고부탁인 줄도 모르고요. 처음엔 그냥 카페에 게시판에 글 올리면 되는 줄 알았지요. 나중에 결국 같은 카페회원이고 기자인 선배님의 주선으로 편집국장님을 만났는데 이렇게 되는 과정이 한 삼 년이 걸렸나 봅니다.

 

원고료가 뭔지도 모르고 원고지 쓸 줄도 모르고. 처음 인터뷰 할 때 국장님한테 그랬네요.

“ 다른 조건 하나도 원하는 거 없어요, 단 내 사진은 올리지 말아 주세요?” 내가 너무 못생겨서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게 해 주신다고 하데요. 그런데 원고료를 준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분이 묘하던데요. 제가 어디서 식당에서 알바를 하다가 돈을 받는 기분하고 전혀 다른 느낌이었죠. 갑자기 어깨도 좀 무거워 진 것 같고, 사실 글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내가 쓴 글을 읽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이런 생각에 마음이 좀 무거워집니다.

 

그렇다고 단지 인기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쓴 글은 아닌데도 같은 세상에 한 존재로서 한 목소리를 표현하고 그걸 세상에 내 놨을 때 느낌이 아주 생생하게 다가왔지요. 책을 내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니 목표들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건 순전히 내 생각 일 뿐입니다. 헤헤

 

 

 

Q 천정자 작가님의 자녀들이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소개 해주실 수 있으세요?


A 남편은 현재 논농사만 짓고요. 아들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입니다. 딸은 고 1인데, 대한민국에서 나 같이 고3엄마 노릇하면 그야말로 빵점 짜리 학부모일 겁니다.

 

요새 울 아들 누구랑 연애하는지. 여자 친구에 팔려 대학이고 뭐고 그림이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잘 모르나 봅니다. 또 언젠가는 군대나 얼른 갔다 온다고 하더니 느닷없이 이란으로 배낭여행 간다고 하지 않나 도무지 감을 못 잡고 있어요. 그만큼 자신의 앞날이 두렵고 벅차고 그러나 봅니다.

 

우선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전 좋은 학교에 잘 들어가고 학점을 잘 따서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만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잘 나온 대학이나 학벌이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아들이 공부를 못해서 대학을 못 갔다고 하는 것 보다 그 외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세상이 반드시 있습니다. 꼭 대학을 스무 살에 입학하라는 법은 없고 꼭 경쟁에 반드시 참여하라는 법도 의무도 없는데 내 아이라서 넌 내 말을 들어야 된다는 것도 내 똥고집이고 요즘 세상에 하지 말라고 말리면 심리적인 역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함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은 일단 지켜보고 직접 겪어 경험해야 하며 저 자신부터 아직 대학을 입학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어 못 살았다고 아직까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 누가 아나요? 나도 나이 들어 아들과 함께 늦은 공부를 같이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내 나이가 늙어도 아들은 삼 사 십대가 되도 늦게 들어갔다고 재수 했다고 면박을 줄 필요 없이 사실 요즘 대학 돈 없어 못 가지요. 대학에 정원 초과되어서 만원사례인 시대는 아닙니다. 평생 동안 배우라고 평생 교육 학과도 있더군요. 수명이 연장 되서 대학도 두 개 세 개 다니는 시대인데, 이젠 필수적인 선택이 아니라 평생 전인 개발에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개발 하는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뭘 어떻게 해야 나를 더 잘 알 것인지 모르는데, 기껏 학력을 부풀리거나 간판을 따는 역할에 이바지하는 교육은 좀 그렇습니다. 경쟁은 교육에 참 필요악입니다. 경쟁을 통해서 인정되는 성공인과 낙오자를 꼭 만들고야 마는 이 무차별적이고 공격성이 난무한 현재 교육제도에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다가 낙오되고 제외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교육으로 한 십여 년 길들여져 버리면 1-2%의 성공인과 그 나머지는 상위권에 입성하지 못한 실패자로 전락되어 우울증 걸린 환자들이 급증합니다. 몸이 아픈 환자보다 정신적으로 늘 쫓겨 시달리는 트라우마 걸린 학생들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자살을 합니다. 바로 성적 때문에 더욱 그런 일이 일어나지만 우린 애써 개인적인 사생활이라고 일축하고 축소시키고 은폐시킵니다.  무섭고 참 어처구니없는 맷돌과 똑같은 교육제도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결말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원래 맷돌은 반드시 어처구니가 있어야 그 무거운 돌을 아래위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어처구니가 축이 되어 빙빙 돌려 콩을 갈고 이삭을 갈아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등생이나 일등만 최고만이 적용 될 수 있나요? 나름으로 각각 자신의 몫이 틀리고 적성이 다른데 여기서 획일적으로 무한경쟁을 도입한 입시나 시험은 많은 오류가 발생하여 그 후유증을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세대가 88만원세대에서 77만원세대로 이젠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안타깝지요. 또 이 세대들은 주택구입자금 대출 이율보다 더 비싼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가야 할 세대들입니다.

 

저는 제 아들보고 일류대를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라거나 남에게 어디를 다닌다고 어디 취업 잘되는 인기학과를 눈치 보며 들어가라는 권유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출을 받으면서 이자 내가면서 돈을 벌고 부자 되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요즘에 실제적으로 가장 속 편한 부자는 빚 없는 것이 제일 부자다! 라고 주장하고 싶어요.

 

단지 너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나가 한 번 해봐라 무엇을 하든지 너에게 가장 알맞은 것을 찾아라! 그리고 너에게 꼭 물어라! 나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고 평생 살 것인가?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너에겐 앞으로 구만 리 창창한 시간이 주어질 테니까.

 


Q 가족이나 자녀들에게 자주 말씀하시는 이야기가 있으세요?


A  밥 먹었냐? 이 놈아?  이건 아들한테 전화문자이구요. 울 딸 조금 있으면 집에 들어간다. 맛있는 거 사간다. 이건 울 딸한테 문자 보낸 거구요. 요즘은 화장한다고 내 화장품을 바르는 딸아이를 보고 잔소리 합니다. 그냥 맨 얼굴이 젤로 좋은 건데 벌서 화장품 바르냐? 얼굴 버려? 근데 울 딸이 내 얼굴에 있는 주근깨를 감춘다고 비비크림을 바릅니다. 좀 그런 것은 안 닮았으면 했는데…… 좀 좋은 애길 해주고 싶은데 애들이 안 들어요. 들어줘야 말을 하지요.

 

 

 

Q 그간 살아오신 이야기가 살짝 궁금합니다. 소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A  저 사는 이야기야 저에겐 좀 특별한 것도 없고, 가장 대표작인 이야기라면 지금도 여전히 가난하게 사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그렇게 가난했으면 한이 되어서 악착같이 돈을 벌고 내 자식만큼이라도 어렵게 살게 하지 말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전 이런 일이 어울리지 않았나 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그것도 빨리 돈 버는 재테크를 이용하여 쉽게 돈 버는 것들이 나에게 영 어설펐고, 결국 그런 부자 되기 경쟁에 아예 참가를 안 하는 선택을 하고 보니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데요 오늘 밥 세끼 먹으면 다행이고, 또 고맙고 오늘 잠 잘데 걱정 안 해도 오두막이라도 늘 있으니 고맙고 더구나 방이 세 칸이나 있어요. 저에겐 너무 과분한 거죠. 저 같이 못생기고 살림도 잘 못하는 여자에게 살림을 같이 하는 남편이 있으니 또 감사하고 두 자식이 있고 아직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고 아픈 아이도 조금 나아져서 비록 장애아 이지만 여기까지라도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저에겐 부자가 되기 위해서 그 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고 잘 보이지 않은 행복이 살금살금 옆에 앉아요. 그리고 은근히 말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은 전엔 전혀 몰랐어요. 내 마음에 살던 감동도 모르고 느낌도 누가 꼬집어야 아프다 정도인데. 이젠 내가 작고 볼품없고 사소하고 별 볼 일 없는 것을 찾아 다녀요.  그런데 절대 볼품없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은 별이라도 먼 거리를 빛으로 오기까지 10억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제 인생이 길어 봤자 100년도 안 되는데 볼품없는 것은 내가 아직 그들을 알아보자 못하거나 스스로 왜곡된 시선에 이미 길들여져 버렸으니. 제 눈에 안경이라고 그렇게 읽은 것이지요.

 

딸아이가 여섯 살 때 간질발작을 하는데 첫 진단을 받은 날이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딸아이를 업고 그 코스모스가 핀 갓길을 따라 걸었는데 그 동안 늘 보던 집이나 동네 풍경이나 공기나 많은 것이 달라 보이는 것입니다. 등허리에서 또 발작을 하는 아이를 안고 땅바닥에서 한 참 쳐다봤지요. 아이가 축 쳐져 늘어져 잇는 아이를 들쳐 업고 강둑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때 제가 서른 중반 이었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빛나는 태양을 내 눈 앞에 놓고 만만하게 아주 따듯하게 산 능선에 반 쯤 걸치고 결국 모습이 안 보여도 구름 사이로 빛나는 그 태양을 처음 본 것입니다. 그 동안 내가 뭘 안다고 내가 뭘 보았는지 모르지만 하늘에 사는 별이나 달이나 해는 전혀 관심 밖이었고, 오로지 나만 사는 것에만 종종 대고 남편과 아등바등 싸우고 시집과 싸우고 그런 것이 얼마나 창피한지 그 때 이후 새삼 많은 것이 새롭게 보였지요. 아이가 아픈 것을 달게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렇게 살다 보니 지금 이 지면에 이런 애길 쓰는 내가 되었네요.

 

인생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시간 팔자라고 하더니 한 동안 어렵고 말도 안 되는 기가 막힌 일도 무수하지만 그런 일이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삶의 밑거름이 된 것을 이 자리에서 고백합니다.

 

 

 

Q 천정자 작가님의 글을 보면 참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편안함 속에 사회를 돌아보는 예리함도 느껴지구요. 펜을 잡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내가 좀 말이 많아요. 떠들고 시끄럽고 늘 산만합니다.

 

늘 내 주위엔 사건 사고도 다반사이고, 성질도 욱하는 성격에 말 한 번하면 따발총에 저리 가랍니다. 그런데 이게 나이 들고 보니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혼자서 떠들면 드디어 미친년 됐다고 할 까봐 오해 받을 것이고. 그런데 이런 와 중에 인터넷이 뭐 어떻고 저렇고 그런 시대가 열린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제가 호기심이 한 번 발동하면 끝을 봅니다. PC방에서 메일을 과일 파는 가게처럼 알고 PC방에 가서 메일 하나 달라고 한 이후 그 알바생이 만들어 준 메일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있는 일도 잘 기억이 안 나고 그렇다고 그냥 묻어 두자니 나도 참 뭐하고 살았나 싶고 말을 안 하고 살자니 머릿속이 머릿니가 사는 것처럼 근질근질 합니다. 그런데 남에게 말 하면 꼭 뒤탈이 생겨요. 그것도 한두 번 겪어보니 바보가 아닌 이상 두 번 실수는 못하겠고. 타자도 모르고 독수리 모이 쪼는 자판실력으로 한 자 한 자 두드리다 보니 화가 좀 누그러지는데, 아 이래서 글을 쓰는 구나 싶었습니다. 내 맘대로 격식 몰라 형식 무시하고 쓰다 보니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Q 혹시 소녀시절, 문학소녀이셨는지요?


A 어렸을 때 상한 번 못 타고 늘 뒤에서 꼴찌하고 그러니 학교생활에 별로 즐겁지 않았어요. 왜 있잖아요? 없어도 표시가 안 나고 있어도 잘 모르는 애. 반에 꼭 그런 애가 있었는데, 제가 그런 학생이었지요. 예쁘거나, 공부를 잘 하거나 뭐 하나 특기를 가진 애라면 나를 기억하기가 좋을 텐데......

어느 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는데 버스를 타고 한 자리 앉아서 가을에 플라타너스가 퇴색되어 색이 탈색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거예요. 전 그게 무슨 심장병에 걸린 줄 알고 얼마 살지 못하고 죽나 보다 이런 생각까지 미치니 괜히 바빠지는 겁니다. 제가 살던 그 때 그 서울엔 인사동이 걸어서 한 시간 거리였고, 인사동 맞은편에 지금은 사라진 종로서적이며, 또 청계천에 가면 헌책방이 겁나게 많았는데. 황학동에 벼룩시장에 가면 하루 종일 놀아도 지루하지 않게 놀 수 있었습니다. 노느라고 책을 많이 읽지 못했어요. 그 땐 우리 집이 전화 없고 냉장고도 없이 단칸방에서 살았을 때이니 책을 사서 읽는다는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 주머니에 동전 몇 개 훔쳐서 만화책방은 열심히 드나들었네요. 글만 있는 책보다 그림이 더 좋아했나 봅니다. 그 덕에 울 엄마는 너 나중에 뭐가 되려고 만화책만 보냐고 엄마한테 엄청 구박을 먹었지요.

 

 

 

Q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하시는지요?

 

A 그거야 당연히 수다지요. 헤헤. 요즘은 어려운 정치기나 누굴 가르치려고 작정하듯이 야하면 자기에겐 좀 부담스러운 것은 간다는 말도 안하고 그냥 가버립니다. 뭐하고 지내냐고 전화도 안 와요. 그런 이야기와 말은 또 다릅니다. 말이라는 것이 어원이 있더군요.

“ 마음의 씨앗이라고 하던데 씨앗은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의미일 겁니다. 그러니 마음을 잘 먹고 좋은 맘을 먹고 말을 잘 해야 하지요. 그런데 이게 정말 잘 안되데요. 더구나 저처럼 중구난방 떠들다가 수다스런 아줌마들은 이런 심오한 뜻은 알던 말던 전혀 구애를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좀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저 자신도 말을 하려면 일단 한 일초만 말하기를 중단 해봅니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상대에게 퉁명스럽게 들리지 않을까? 내 말 때문에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기타 등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 사람으로 사는 것이 여러모로 참 걸리는 것이 많아요. 이 꼴 저 꼴 안보고 살면 딱 좋을듯한데 그것도 눈에 보이지 않음 모르고 사는 것이고. 제가 요즘 말을 많이 하고 문자로도 전달하는 말이고 손 전화에 배경화면에 있는 한 마디

“ 가끔씩! 조금씩! 천천히!”

 

 

 

Q 평소 취미생활도 궁금합니다. (독서를 제외하고는 어떤 취미생활이 있으신지요?)

 

A 취미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지만 제 일상에서 늘 하는 짓인데요.

 

* 지나가는 사람 몰래 관찰하기 (특히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몰래 살펴 봅니다.) 그런데 이 관찰이 참 재미 있어요. 그러다가 정작 눈이 마주치면 제가 먼저 해죽해죽 벌레 웃으면 저를 따라서 미소를 지으시는데. 할머니들은 저에게 묻데요. 사람이 왜 실없이 실실 웃고 다니냐? 근데 진짜 이거 안 해본 사람은 그 느낌을 전혀 모를 겁니다. . 그리고 저는 남이 먼저 웃으면 나도 모르게 헤벌레 웃어요. 그리고 말을 안 해도 마음이 저절로 읽혀져요. 참 신기합니다. 사람이 되었으면 말보다 더 많이 사용해야 할 것이 바로 웃음과 미소라고 주장하고 싶어요. 제가 헤헤 라고 글로도 표현한 웃음소리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이유가 있더군요. 같이 저절로 따라 웃으니까 침이 나오지 않아요. 한 번 해보세요. 강력 추천 합니다. 

 

* 매일 저녁 6시만 되면 해 넘어가는 거 보기 (여름엔 해가 길어요. 그렇지만 해가 넘어 갈 때 그 때가 가장 푸른색이 진짜 짙어져요) 식물들도 해가 지면 잠을 잡니다. 채송화가 햇볕에 아주 예민해요. 비 오는 날 햇볕이 어두워지면 얼른 꽃잎을 접는데. 그걸 보고 전 놀랐어요. 꽃이 일기예보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무궁화도 벼도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들도 잠을 잡니다.

 

*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딸내미한테 오늘 뭐하고 놀았어 하고 뺨을 막 부비기.

제가 딸한테 해줄 수 있는 말은 모두 하고 싶어요.

사랑한다. 그랬니?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이렇게 해보면 괜찮던데 너는 어때?

모두가 딸의 생각을 묻는 질문입니다. 저도 잔소리도 참 잘해요.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착하게 살아라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는 아닌데, 애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어린애가 되요. 딸에게 이거 좀 해줘라 나도 그랬는데.

 

* 날씨가 참 좋으면 오늘 참 좋은 날입니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문자 보내기

문자만 받으면 참 좋았지요,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내가 보낸 문자에 슬며시 웃는 얼굴을 상상 해봅니다. 기분이 참 좋아져요. 꼭 마약을 먹으면 이런 기분일 겁니다.

 

* 저녁에 자기 전에 조용한 소리듣기

제가 사는 곳엔 기차역이 있고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은은 하게 들려요 어찌 보면 지구가 칙칙폭폭 심장 뛰는 소리처럼 들리고 요즘엔 풀무치들이 우는데 꼭 성악 하는 사람들 목소리처럼 제 각각 다릅니다. 이렇게 그 소리들을 듣다가 잠이 스르르 듭니다.

 

좀 일찍 자기

저녁에 별로 할 일이 없으니 잠이나 자야지요.

 

* 걱정은 나중에 하기

제가 걱정해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어서 그 때가서 보자 이런 공식이 되다 보니 사는 것에 매일 어떻게 하지? 이런 것 보다 어떻게 되겠지! 좀 기다리고 안 되면 그 때 가서 또 한 번 해보지 뭐? 헤헤...

 

* 우리 집에서 보이는 계룡산 쳐다보기(아침에 날씨 좋으면 더 잘 보임)

마루 끝에 걸터앉아 발톱 깎고 손톱 깎고 그러다가 머리를 조금 올려 고개를 내밀고 계룡산자락을 살펴봅니다. 이상하게 날마다 산에도 표정이 틀려요. 오늘은 심심한 표정이고 또 다른 날은 무척 근엄한 할아버지같이 떡 버티고 에헴 하시는 것 같고 먼 산 중간 산 근처 산 능선이 겹쳐져 산허리마다 산 안개를 끼고 도는 것을 보여 줍니다. 겨울엔 곰이 웅크리고 잠자는 것처럼 솜털이 듬성듬성 나는 것을 보고 그랬지요. 에구 얼마나 추울까?

 

*심심하면 뉴스보기, 라디오로 뉴스듣기

요즘 울 집 텔레비전이 시원치 않아요. 그 예쁜 탈렌트 얼굴이 외계인처럼 자꾸 줄어들고 화면아래가 꺼멓게 검은 선이 자꾸 꺼져요. 그런데 라디오를 틀면 내가 안 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뉴스를 들어요. 그러니 오히려 시간을 버는 거지요. 내가 하는 일 하면서 세상정보를 저절로 귀에 담아주니까 고맙지요.

 

*아침마다 화분에 심어 놓은 방울토마토 3개 따먹기

남이 버린 큰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심었더니 딱 하루 세 개 맨 익어요.

종합비타민처럼 아침에 따 먹습니다. 천연 비타민

 

 

 

Q 작가님께서 가장 아끼는 책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작가도 아니고 그냥 일개 평범한 사람으로 살다가 우연히 리영희님의대화을 도서관에서 읽어보게 되고 그 자리에서 읽다가 두께가 한 600 쪽이나 되는데 그걸 또 빌려다가 남편에게 밥해먹으라고 시켜가면서 몇 날 몇 칠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이 나에게 사고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아이들 교육관도 좀 더 두둑하게 세워지고 세상을 읽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실은 느리고 굼뜨고 천천히 역사를 끌어가는 것을 정확히 짚어 낸 것을 우린 편안히 얻은 것이지요. 한 번 더 읽어 볼 계획입니다. 그 댄 내가 책을 직접 사서 밑줄 그어가며 두고 두고 읽어 보려고 합니다. 해마다 세월이 흐르고 난 후 그 느낌이 또 달라질 것 같기에.

 

글 쓰는 여자와 글 쓰는 아줌마는 다를까요? 갑자기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글 쓰는 사람들을 알려고 한 적은 별로 없는데. 어쩌다가 보니 제 주위에 사시는 분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을 통하여 카페회원으로 만나게 되어 아는 지인들이 많아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소설가도 시인도 몇 명 얼굴을 보고 식사도 한 적이 있네요.

 

제가 평소에 꿈이 작가였더라면 살갑게 좀 친절하게 지낼 것을 지금에야 아! 그분이 누구였구나. TV에서 저 분을 어디서 뵌 것 같기도 한데 도통 모르겠더니 서점에서 책에 나온 그 분을 보니 그토록 유명한 사람인 줄 모르고 평범한 사람처럼 대했으니 그 다음부턴 연예인 얼굴은 유심히 못 봐도 문인들 얼굴은 될 수 있음 기억하려고 합니다. 저는 글을 쓰려고 여기 저기 배우거나 문단에 등단하려고 한 적이 없었기에 글 쓴 아줌마와 글 쓰는 여자는 다르다기보다 나름 각각의 세계를 누리고 있다고 봅니다. 단지 아직 그 때를 못 만났거나 발견하지 못한 자의 누림을 양으로나 질로나 자로 재듯이 나눠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가 않네요.

 

운전면허 시험을 합격할 때까지 시험을 치른 할머니의 그 이루 말 할 수 없는 그 과정을 단지 일찍 빨리 취득하지 못한 과정만 애길 한다는 것이 너무 단편적인 것 같아요. 우리 삶들은 우주에서 빛나는 별과 같이 각각 자신의 빛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글을 아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분과. 글을 쓰지 않는 분들은 각각 무슨 사정과 다른 환경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워 집니다. 적어도 내 생각은 언제이던 느리고 빠르던 나름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때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Q  요새 느끼는 것이지만 글 쓰시는 분들이 꼭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평소 좋아하시는 음악이 궁금합니다.

 

A  우리 집엔 오디오도 없고 PC도 없는데 오로지 작은 라디오만 있어요.

 

카세트 테이프는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들인데 요즘 말로 트로트 메들리도 가끔 틀어보고 흘러간 가요를 듣다가 가사에 무릎을 탁 친 적이 많아요. 민요도 좋아합니다. 가사도 어쩜 그렇게 맞는 말만 골라서 부르는지 특히 아리랑은 들을 때마다 처량 맞지만 가슴이 뭉클해요

클래식은 그냥 우연히 몇 년 듣다가 귀에 저절로 익숙해졌는데요. 신기한 것은 제목은 들어도 그 다음 또 들으면 저게 뭐더라 이런 식이고 아들 놈 엠피로 화장을 고치고 립스틱 짙게 바르고 분홍립스틱 뭐 이런 노래 듣다가 노래방가면 그 제목이 생각이 안나 다른 사람 노래 부를 때 같이 부르고 박수 쳐주다가 돌아온 적이 많아요.

 

 

 

Q  언젠가 도서관에 대해 올리신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작가님께서 원하는 대로 도서관을 꾸밀 수 있다면 어떤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지 너무나 궁금해요.

으로 구상하시는 계획이나 꿈이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A  제가 부자가 되는 대회를 참가 하지 않고 난 후 나에게 많이 들어 온 것은 바로 책입니다. 그 책을 일일이 다 사서 볼 수는 없지만, 사실 내가 그 동안 틈틈이 사 둔 책도 다 읽지 못 했지요 그러니 나 돈 없다고 투덜거릴 필요 없이 도서관에 가면 몇 만권의 책들이 잘 정리되어 언제든지 가면 늘 무료로 볼 수 있어 제 집처럼 드나들게 되었고. 나라에서도 국민에게 늘 책 좀 읽어보라고 도서관을 시 단위에 심지어 군 단위까지 세워주니 일부러 집에 책을 쌓아 둘 필요도 없어졌어요. 제 집엔 아직 컴퓨터가 없어요. 그런데 도서관에 오면 정보실에 무료로 사용 할 수 있는 PC가 있으니까 아주 좋아요. 최신영화도 DVD로 보여 주고 가끔가다가 기성 작가들이 와서 강연도 돈도 안 받고 해 줍니다. 지금 이 글도 도서관에서 쓰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던 무슨 일을 하던 어디에서 어떤 필요충분조건을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하는 것도 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지만 다 갖추고 사는 것도 못 갖추고 사는 것도 조건이 아니라고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직접 관리 안 해도 모두 제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하시는 분들 덕에 나는 그저 가기만 하면 되는 곳. 그 곳이 바로 도서관입니다.

 

 

 

Q  천정자 작가님께서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이 궁금합니다. 강아지 복순이의 사고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도 글에 담아주고 계시기에 천정자 작가님의 작품방향을 사실 예측하기는 어렵답니다.

 

A  그런 애길 많이 듣긴 합니다. 그러나 저도 한 사회에서 같이 사는 일원으로서 응당 짚고 넘어 갈 부분이 보이면 좀 꼬집어 주고 싶어요. 왜 하는 짓이 얄미운 애들 꿀밤 꽁 하고 한 대 쥐어박는 것처럼 그러고 싶은데. 좀 참고 나중에 애길 해도 괜찮은데. 제 성격이 그걸 꼭 해야 머릿속이 개운해져서 잠이 잘 오는 겁니다. 그래서 오지랖 넓은 것도 지 팔자다! 제가 만든 신조어입니다. 헤헤

 

사실 제가 쓴 글들 중에 좀 어떻게 하면 이걸 애길 안하고 그냥 태평성대하게 노는 세상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그 어렵고 딱딱하고 논문도 아닌 것이 논술을 하는 제 글을 보고 그 성질 때문에 할 수없이 쓰는 것인지, 아니면 잠이 안 올까 봐 그런 것인지 저도 참 짐작이 어렵습니다.

 

 단지 제 눈에 어떤 사물이나 어떤 상황이 예사롭게 여기게 되면 가차 없이 관심 백배 집중입니다. 이건 어쩔 수없이 체질인가 봅니다. 그냥 대충 살아도 될 일인데. 꼭 일을 만들어요.

저 자신도 앞으로 어떤 것이 내 관심의 대상이 될 지 잘 모르겠지만, 뭐든지 사람중심을 먼저 놓고 보는 것은 여전 합니다. 언젠가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Q  천정자 작가님의 사이버작가 친구분들이 궁금합니다. 살짝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시지요? 글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사실 친해지는 것이 조금 어렵다고들 하는데 아줌마닷컴 사이버작가 님들은 서로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아줌마의 넉넉한 마음 때문에 더 순수할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A  제가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지만 제 글에 늘 댓글로 달아주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제 글에 감동 하나 하나 적립 해주신 분들 이름 모르고 얼굴 모르지만 마음으로 은혜를 갚고 싶은 분들입니다. 긴 댓글을 남겨 주신 분들에게도, 늘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 한 분 한 분에게도 백 번이라도 넙죽 절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감동이나 댓글다는 것도 어지간한 맘 없이는 절대 안 하거나 못합니다. 그럼에도 제 글에 꼭 읽어주시고 성실히 댓글 달아주는 분들은 예의로서도 할 수 있지만 마음에 감수성이나 감동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어느 카페는 댓글 다는 대회를 따로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끌려야 써지는 것이 글이고 댓글인데. 제 글에

달아주신 댓글은 모두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틈틈이 그 분들의 글을 찾아 댓글 품앗이를 하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아줌마닷컴에서 이루어 낸 인터넷예절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Q  천정자님께서 생각하시는 아줌마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A  에휴~~ 넘 어려운 질문이시네요? 제 기준으로는 아줌마의 가치보다 아줌마의 정의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줌마는 늘 성장해야 합니다. 왜냐고요?

 

지금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나드는 과도기 시대.

내 자식이라고 전부 내 생애를 걸어도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남은 내 노후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입니다.

 

아줌마는 늘 배워야 하고 잘 사는 기술을 연마해야 하고

그래야 세상에 내 자식을 내어 놓아도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발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이 있습니다.

 

아줌마는 어머니이고 자식을 잘 키워 내는 것은 역사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아줌마는 사람을 살리기 때문에 살림을 아주 잘 합니다.

아줌마는 지구를 덜 오염시키며, 환경지킴입니다.

아줌마는 교육에 좀 더 관심을 가져 남 다한다고 나도 간다는 식은 이젠 고려 해봐야 한다고 주장 할 사람은 바로 자식을 키우는 아줌마들의 사명입니다.

지금은 아줌마들이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부분이나 모든 영역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 할 시대가 온 것이지요.

 

아줌마는 이 세상에서 없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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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 아줌마닷컴 곽지희 / jhkwak@azoomm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