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장인자 아줌마와의 첫 인연은 정말 즐겁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어느날 느닷없이 날려든 아줌마닷컴 회원이라고 밝힌 한 아줌마의 메일에는 "온라인 여성교육"에 대한 실무자로서의 분석과 조언을 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제 그 입장을 바뀌어 아줌마의 한 사람으로서 장인자님께 진지한 질문과 조언을 구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아줌마 모두에게 여성교육, 평생교육, 자아성취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Q 장인자님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가족소개를 해 주세요.
A 아니 나같은 날라리 아줌마에게 이런 학구적인 인터뷰를 하시다니!! 호호호...저는 6살 4살 남매를 두고 있는 결혼 6년차의 아줌마이구요, 친구같은 하숙생 남편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Q 현재 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계신데요, 결혼 후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전공을 평생교육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A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를 갖고 낳아 키우면서 세상과 다른 시간의 사이클 속에 있는 것 같았지요. 세상으로부터 나의 소외됨을 이겨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택하게 된 것이 공부였는데 이것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세상에 당당히 나서고 싶은 나의 욕구가 작용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육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개혁 교육학이라 불리는 평생교육은 나의 아이들과 나를 행복하게 할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학문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아울러 이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되었구요. 그래서 주저없이 선택하게 된 것이랍니다.
Q 처음에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셨을 때 가족들 반응이 어떠셨나요? 가족들과 의견 차이 및 육아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A 처음 아무도 모르게 시험을 치르고 남편에게 합격통지서와 등록금 납부서를 내밀었을 때 그때 남편의 표정이란..
저는 남편에게 첫학기 등록금만 부탁했습니다. . "다른 바람나는 것보다 낫잖아. 춤바람, 화투바람, 주식바람보다 이게 싸!" 저는 당당했습니다.. 그동안의 유노동 무임금(사실이 그랬구요)의 대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남편은 웃으며 동의해 주었고 지금 남편은 나의 좋은 학문적 동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육아는 어린이집과 내가 그리고 시어머니가 분산해서 맡았습니다. 마침 어머니께서 하시던 일을 정리하고 적적해 하시던 참이고, 홀어머니 외며느리로써 고부갈등을 해결하면서 서로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공식적으로 어머니께 역할을 드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어머님은 "니가 미쳤지. 아이들도 어리고 살림도 어려운데 웬 공부냐?"고 하셨어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은근히 뿌듯해 하시는 눈치랍니다.
Q 공부를 새로 시작하시게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장인자님 내면에서 일어났을 것 같은데요…
A 전업주부로 살던 지난 5년의 시간, 저에겐 그 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은 없었습니다. 세상공부를 가장 많이 한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철들 수 있던 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작은아이가 첫돌이 될즈음에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나'로 잘 살아가는 것이 나와 아이들, 그리고 남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요즘은 직업란에 대학원생이라고 기입합니다. 열중할 수 있는 나의 공부가 있어서 즐겁고 늘 새롭게 배우는 것은 삶의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참 잘한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참으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답니다"
평생교육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데요, 그 의미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원래 교육은 학교와 같은 제도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삶터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리고 학령이라는 나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본디의 교육이 평생교육의 본 모습입니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익히고 배움으로써 즐거운 교육, 그것이 평생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에서의 평생교육은 아직 그 역할과 인식이 많이 미약한 것 같은데요, 평생교육은 사회에 그리고 각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A 평생교육은 그 범위가 참으로 다양합니다.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인적자원개발, 기업교육, 여성교육, 노인교육, 청소년교육, 장애인교육, 노동교육, 시민교육, 평화 교육,온라인교육 등 학교에서 정형화된 커리큘럼으로 배우는 것 이외의 모든 교육의 형태를 말하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평생교육의 범주를 기존의 여성회관 등에서 행해지던 교양교육 중심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교양교육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여성교육이나 노인교육의 현 상황이지 모든 평생교육의 상황은 아닙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평생교육의 역할이 미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사회가 다원화되고, 인간이 계속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정보화의 시대에 평생교육은 아주 중요합니다. 게다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생애주기별로 자신의 직업을 컨설팅하는 미래사회에서는 더더구나 그러합니다. 또한 공교육의 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평생교육은 또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평생교육은 인간이 나로써 행복해지고 다른사람과 소통하며, 나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배움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지식교육의 상당한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Q 여성 평생교육이 교양교육으로 치우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성교육을 진정한 평생교육의 의미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A 여성교육의 문제는 여성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은 유휴 노동력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교육도 교양교육 중심으로 프로그램화되어 있지요. 여성들의 사회적 경제적 욕구는 높은 반면에 이를 수용할 사회적 장치와 인식이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나에 대한 존재감을 찾는 교양교육에서부터, 사회 진출을 희망하는 여성에게는 전문직업 교육 프로그램까지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육 이후에 사회진출도 열려있어야 하겠지요.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자기경제력을 가진다는 것은 곧 자기를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Q 여성평생교육에 있어 온라인 교육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는? 또 온라인 교육이 여성교육에 있어 어떤 중요한 보완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온라인 여성교육에 대한 관심의 출발은 바로 저 자신에서부터였습니다. 연년생을 키우며 동네바깥에도 잘 나가지 못하던 시절에 저에게 온라인은 세상과의 만남의 통로였습니다. 시간이 분산적인 전업주부에게 텔레비젼보다 훨씬 고마운 매체였죠. 거기에는 내가 찾고자 하는 지식이 있었고, 상담하고 싶은 카운셀러가 있었고, 친구에게서 온 따뜻한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은 세상을 알고 싶은 제게 배움이 가능한 매체였습니다. 온라인의 이러한 의미는 다른 여성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Q 앞으로 졸업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A 온라인 교육 켄텐츠 기획 일이나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청소년 문화교육프로그램 기획 일에도 관심이 있구요. 공부는 물론 계속 병행해야겠지요..
Q 마지막으로 아줌마의 한 사람으로서 아줌마닷컴의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A 글쎄요, 제가 뭐 성공시대에 나온 성공한 아줌마도 아니고 그저 아이키우며 시간 쪼개서 공부하는 아줌마일 뿐인데... 제가 아줌마라는 정체성을 인정하기 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아줌마로서 나를 찾기위해 한가지 터득한 비법을 알려드린다면 "조금은 못된 여자가 되자"입니다. "한국의 아줌마들이여. 나를 위해 조금은 못된 사람이 되자구요." 우리는 착한 엄마,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의 이데올로기를 교육받고 커서 아줌마로 살아가기 힘든 것 같아요. 나부터 행복해야지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지요.
정성을 다해 인터뷰에 응해 주신 장인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배려하는 것이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를 삼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배려함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임을 깊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아줌마들이여~ 힘을 내십시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