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왕아줌마 인터뷰는 아줌마닷컴 i-빌리지에서 에콰도르 소식을 전해 주고 있는 여름나라 김연옥님입니다. 적도라는 뜻을 가진 에콰도르는 남아메리카 서북부 태평안 연안에 기대어 있는 아주 더운 나라입니다. 사계절이 없고 더운 여름만 계속되는 조금은 지루한 나라이지만, 에콰도르 사람들은 우리의 2~30년 전 모습처럼 소박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군요. I-빌리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해외의 많은 아줌마닷컴 회원들을 대표하여 에콰도르의 여름나라님이 사는 모습을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Q <세계 속 한국아줌마>에서부터
A 결혼 11년차구요. 그 사이에 예쁜 딸도 셋이나 가졌답니다. 우리 신랑을 호빵아저씨라 불릴 만큼 살도 토실토실 찌워놓고 이제야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된 올해 37살 된 아줌마랍니다.
Q 아줌마닷컴의 i-빌리지 특파원 활동을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A 에콰도르에서 우연히 아줌마닷컴을 알게 되었지요. 너무나 반갑게 들어와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제가 살고 있는 에콰도르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올리게 되었지요. 다행히 다른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구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특파원 권유를 받게 된 것이지요.
Q 에콰도르, 한국에서는 참 멀고도 낯선 나라처럼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그곳에 가서 살게 되셨는지, 그리고 결혼은 어떻게 하시게 되었는지 살짝 밝혀 주시겠어요?
A 어린 나이에 아무 생각 없이 동네 아줌마 등살에 밀려서 얼떨결에 선을 보았지요. 그리고 선본 지 3일 만에 결혼 결정을 해서 주위 사람들을 경악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지요. 그리고 보란 듯이 선본 지 18일 만에 약혼을 했구요. 너무도 용감한 결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쩜 그리 무모했는지 아찔해집니다. 딸이 셋이나 있지만 그런 식의 결혼은 못 시킬 거 같아요. 제 결혼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속아서 시집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 남편한테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 대요. 하지만 또 이곳 사람들은 우리 남편더러 저런 색시를 어디서 구하냐고 업어주며 살아야 한다고 하구요. ㅎㅎ
Q 처음에 에콰도르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이 어떠셨어요? 에콰도르는 어떤 나라인가요?
A 이곳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남미의 작은 나라랍니다. 아직도 너무 많은 발전을 필요로 하고 있는 곳이지요. 몇 년 동안 경제 사정도 많이 어려워져서 국민들의 생활이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는 그런 나라에요. 처음 이곳 공항에 발을 내딛었을 때, 비행기가 아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더군요. 지저분한 거리. 몰려드는 거지 떼들..... 한숨이 절로 나는 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지금은 커다란 쇼핑 센타도 곳곳에 세워지고 거리도 많이 깨끗해져서 그럭저럭 도시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Q 에콰도르 사람들이 궁금한데요,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스타일 등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A 1년 내내 더위만 계속되는 이곳은 더운 나라 사람들답게 게으름을 많이 피우지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점심 시간만 되면 상점 문을 닫고 집에 가 식사 후 낮잠을 자다 나와서 저녁 장사를 하곤 했는데, 요즘은 워낙 경제가 어려워서 먹고 사는 일이 힘드니까 점심 시간에 문을 닫는 곳은 거의 없고 일요일까지 장사를 하는 상점이 점점 늘고 있어요. 가톨릭 국가지만 남의 것을 훔치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내일 당장 끼니가 없어도 오늘 생일파티를 치르며 웃고 춤추는 그런 여유가 있는 즐거운 나라이기도 하구요. 교민들은 이곳에서도 한국 사람 근성을 발휘해서 노는 날도 없이 열심히 일을 한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때로는 이곳 에콰도르 사람들의 그 느긋함을 부러워하기도 하지요.
Q 에콰도르 사람들의 가족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그리고 에콰도르 아줌마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A 이곳의 가족 관계는 우리보다 좀더 자유스럽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들이 꼭 부모를 모셔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결혼 후엔 처갓집에 더 열심히 충성(?)하는 그런 관계를 형성하더군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몇 대가 함께 한집에 살기도 하구요. 미혼모가 많은 이 나라는 특히 친정에 의지해서 애도 낳고 기르고 일도 하고 더불어 살아갑니다. 교육열도 낮고 생활수준도 낮아서인지 여자들이 어린 나이에 애를 낳고 버림받는 일이 많고 많은 남자들이 바람도 피우고 여자를 학대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빈부의 차가 극심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삶은 왕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지요. 여러 사람을 부릴 수 있고 시간만 나면 해외여행에 좋은 옷에 좋은 집에 파티에.... 옆에서 보면 정말 부러울 정도로 인생이 즐거워 보이지요. 한국 사람들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즐긴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Q 에콰도르 사람들과 같이 지내면서 즐거웠거나 좋았던 점, 또는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 등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A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곳 생활에 좋았던 기억 별로 없어요. ㅎㅎㅎ 지금은 너무 많이 쉬워졌지만 처음엔 한국 음식 구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서 그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거 같아요. 한국 식당이 하나도 없어 모든 걸 집에서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다는 게 무지 힘들고 그리고 슬펐어요. 그래서 임신 기간 내내 몹시 고통스러웠지요. 재밌었던 일들은 의사 소통이 잘 안 되어서 택시 타면 엉뚱한 곳에 내려줘도 아무 소리 못하고 걸어서 목적지까지 가야 했던 거. 굵고 튼튼한 나의 다리를 이곳에서는 멋진 다리라고 감탄의 눈초리를 보내주는 거. 이쁘지 않은 내 얼굴을 이쁘다고 호들갑떠는 거. 이런 거 때문에 아직까지 이곳에서 이렇게 씩씩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Q 여름나라님의 홈에서 예쁘고 소중한 아이들과 화목한 가족의 멋진 모습을 봤는데요, 에콰도르에서 아이들 육아와 교육 등등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한글교육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A 어딜 가든 어느 나라에 살든 나는 한국 아줌마고 내 딸들은 한국 아이들이기 때문에 애들 키우는 것은 한국의 여느 아줌마와 다른 점이 별로 없어요. 우리 딸들은 이 나라 학교를 보내지 않고 미국인 학교를 보내서 영어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수업료가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비싼 만큼 대단한 만족을 줍니다. 우선 애들이 학교 가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는 게 젤로 좋아요. 저는 예전에 학교 안 가는 날만 손꼽으면서 학교 생활을 했었거든요. ㅎㅎ 열려 있는 교육, 자유스러운 교육이 지켜보는 부모 마음을 많이 만족시켜주고 즐겁게 하더군요. 영어도 에스파뇰도 별 문제 없는데 무엇보다 한글 교육이 좀 힘들어요. 애들도 한국말 공부를 가장 어려워하고 부모로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토요일마다 운영되는 한글학교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글 깨우치기가 좀 힘들고요. 아무래도 엄마가 시간나는 대로 가르쳐야만 한글을 깨우칠 수가 있습니다.
Q i-village의 특파원 활동을 하면서 여름나라님께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방을 운영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제가 에콰도르 특파원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구요, 제 생활에 너무 많은 활력소가 되어주더군요. 뭔가 나만을 위한 것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몰랐어요. 그 공간이 그렇게 포근하고 소중하고 이쁠 수가 없어요. 그 공간을 통해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이 해주는 한마디가 제겐 다 큰 힘으로 보태진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서 이야기 나누면서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고요 . 진짜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는 소중한 나의 쉼터입니다.
아줌마닷컴에서 활동하고 있는 I-빌리지의 특파원들은 한 분 한 분 모두 대한민국의 소중한 외교관이자 문화 전달자입니다. 낯설고도 먼먼 해외에서의 생활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겹고 고달플 것입니다. 그런 외국 생활의 외로움을 아줌마닷컴 특파원 활동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이 나라 이 땅에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독특하고 색다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체재 국가의 정보를 올려주는 일이 I- 빌리지 특파원에게 특별한 자부심을 드리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I-빌리지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모든 특파원 여러분, 깊이 고개 숙여 감사 말씀올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