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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회]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BY 아줌마닷컴 2015-08-07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보내어보는 것

피 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