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보내어보는 것
피 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