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빈 의자
지은이 : 아줌마닷컴 회원 "비단모래"
빈 의자를 바라보는 일은
지고 있는 저녁 해를 바라보는 일처럼 쓸쓸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처럼 쓸쓸하다.
자리를 비운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을 때는 더 쓸쓸하다.
추억이 배달해야 할 택배물건처럼 가득 쌓여 있을 때는 더욱 쓸쓸하다.
매일 뱉어내는 생의 숨소리
글자들이 말로 변태되어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질 때
공중에 돌아다니는 낱말들을 퍼즐처럼 맞춰보는 일
빈 의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쓸쓸하다.
어머니는 재봉틀 의자에 앉아
도수 높은 돋보기를 콧등에 걸치고
해진 마음을 박음질 하셨다.
솔기마다 함박꽃도 금강초롱도 골담초도 불두화도
피워내셨다.
어머니의 의자는 언제나 꽃으로 가득했다.
봉숭아 꽃도 채송화도
줄기차게 줄기차게
우물가를 수 놓았다.
어머니 의자를 비워두고
오래 전 외출하셨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의자는 흔들리지도 않았다.
정물처럼 붙박이 된 시간을
의자에 앉혀놓은 채
빈 의자를 바라보는 일
이렇게 쓸쓸하다는 것을 어머니는 잊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