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이슈토론
성인 페스티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늦깍기 대학공부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있는 이경옥 아줌마


BY 아줌마닷컴 2000-11-23

이경옥 아줌마(48세)는 현재 가톨릭대학교 전자공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다.. 
등록금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생활하다가, 25년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대학생활을 뒤늦게 누리느라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이경옥 아줌마의 대학생활과 가정생활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먼저 이경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결혼한지 22년째인 평범한 아줌마에요.. 가족은 남편과 군대에 간 첫째, 대학1학년인 둘째, 고2인 막내, 이렇게 아들만 셋이 있어요.. 전 지금 가톨릭대학교 컴퓨터 전자공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랍니다.. 결혼 전에는 간호사로 3년 정도 일한 경험이 있구요.. 

 
 
 
Q. 늦게 대학 공부를 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
 

A
.고졸 이후 등록금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었어요. 25년간 가슴에 묻어두고 살다가 96년 어느 날 신문에  저희 학교 김재순 수녀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어요.. 기사 내용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못 했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죠.. 마침 갑상선 기능 항신증에 걸려 몸도 예전같지 않고 아이들도 커서 저를 덜 필요로 하다 보니 제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였어요. 시집와서 20년간 가족을 위해서 살았으니, 이젠 그만한 가치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모든 것이 시기가 딱 맞았다고나 할까요?? 아마 공부를 안 했더라면 우울증에 걸렸을걸요??
 
Q. 처음에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A.아이들은 모두 좋아했고, 남편을 차마 싫다는 말은 못 하고 저의 뜻대로 하라고 햇어요. 제가 학교를 다니면 감수해야 할 불편함 때문인지 두려워 하는 것 같았어요. 호호호 저희 시어머니는 친구분들에게 자랑하시고, 처음에 등록금으로 쓰라며 100만원이나 주셨어요..  늦은 나이에 공부하겠다는 며느리를 예뻐해 주신 어머니께 항상 감사하죠.. 
 
Q. 대학 입시 준비는 어떻게 하셨는지?? 

A.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어요.. 
우선 응시 자격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 이상, 나이 40세 이상 되는 사람들이었으니 자격은 됐으니까요. 각 학부별로 1명씩 총 12명을 뽑았어요.. 시험은 논술과 구술 시험이었는데,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몰라서 제대로 준비도 못 했죠.. 논술 준비는 책과 원고지를 사다가 한달간 서술연습을 한 것이 전부였어요. 요즘에 학생들을 보면 시험 전에 선배들에게 연락해서 정보도 얻고 하는데, 전 그런 것도 몰랐으니까요.. 
 
Q. 컴퓨터 전자 공학과 선택하게 된 계기? 

A.저는 조금 무모한 편이에요.. 늦게 하는 공부는 뭐든지 어렵기 마찬가지니 기왕 어렵게 하는 공부, 제일 어려운 것으로 해보자라는 맘에서 선택했어요.. 우리 나이대에서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이면서,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컴퓨터잖아요... 그리고 나중에 일할수 있는 기회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대학생활과 가정일을 병행하면서 가정 생활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요?   

A.처음 대학에 입학하고 1년은 많이 힘들었어요.. 당시 아이들이 고3, 고1, 중 2였으므로 하루에 도시락만 적어도 7개씩은 준비해야 했어요.. 요즘처럼 급식도 안 했었거든요… 그리고 남편의 와이셔츠와 아이들의 교복셔츠까지 합하면 빨래감도 엄첨 많았구요.. 완전 도시락 공장, 세탁소를 방불케 했어요. 주말마다 일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봐다가 반찬을 준비해 두고, 빨래해서 와이셔츠 다림질 하는데만 몇 시간씩 걸렸어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남편이나 아이들이 보기에도 엄마가 힘든게 보이니까 스스로 바뀌더라구요.. 남편은 세탁기나 밥솥 버튼의 기능을 하나도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스스로 세탁도 하고, 아이들도 알아서 식사도 하구요.. 이젠 가족들이 많이 도와줘서 별로 힘든지 모르겠어요.. 

 
Q. 그렇다면 공부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먼저 내적인 어려움은 제가 나이가 들어서 잘 외워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어린 친구들은 남의 공책 복사한 것을 외워서 시험봐도 잘 보지만, 저는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한 후 정리를 해서 외워야 되니까, 아이들을 따라가려면 몇배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은 있는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할 수가 없었던 적도 있었어요. 한번은 집에 안 가고 도서관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데 하루를 그렇게 공부하고 일주일 아팠어요 밤을 아주 샌 것도 아니고 5시간정도 책상에서 잤는데도 그러데요. 호호. 외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정보 수집이 어렵다는 것이죠.. 요즘에는 정보가 생명인데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주고받는데 저는 그 친구들과 아무리 친해져도 또래만큼 편하게 지낼 수가 없으니 정보를 얻으려면 일부러 찾아서 물어보고 다녀야 했어요.. 
 
Q. 실례지만 학점을 공개해 주실수 있어요? 

A.별로 잘하지 못해요.. 남들 하는 정도만 해요.. 아마 1학년부터 평균내면 3.0 은 넘을 거에요. 너무 잘하면 어린 친구들에게 배신 아니예요?? 호호호 제가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교수님이 한 학기동안 열심히 가르쳐 주셨는데 답안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면 교수님을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주변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그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어요..

Q. 학교 다니면서 에피소드? 

A.1학년 때 두번 운적이 있어요.. 한번은 물리시간이었는데, 학생들은 신경쓰지 않고 창문만 보면서 강의를  하던 강사였어요..아무리 노력을 해도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들은 다 알아듣고 
있는데 나이많은 내가 혼자 못 알아 듣고 있으니 슬프더라구요.. 2시간짜리 강의였는데, 1시간 끝나고  성당으로 달려가서 1시간 동안 울었어요.. 호호 , 또 한번은 생물학과 조교의 부주의한 행동과 말 때문에  서러워서 울었어요..지금 같으면 그 조교한테 뭐라 한마디 했을텐데 그때는 말도 못하고 울었죠.. 

 
Q. 대학 3년 반을 되돌아 볼 때, 대학을 다녀서 좋았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좋았던 점은 우선 뒤늦게 대학에 다니는 저의 모습을 세 아들이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더라구요. 그런 엄마의 모습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 생활하는데 교수님들의 배려와 수녀님들의 격려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교수님들은 아줌마라서 점수를 더 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이해할 수 있게 한번 더 설명해 주시고  신경써 주셨고, 수녀님들은 만날 때마다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제 학학기밖에 안 남았는데 시원 섭섭하네요..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른지.. 
 
Q. 졸업 이후에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호호.. 이건 저희 교수님들도 궁금해 하시는 건데.. 기왕 하는 김에 대학원 공부까지 하라고 하시더군요. 공부한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생각이에요..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봉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커서 교육비를 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좀더 의미있으면서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맹인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육이 있는 걸 알았어요. 요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교육의 기회는 많은데 맹인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Q.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줌마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A.주위에서 학비걱정을 하시는 분을 봤어요.. 학비가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고,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어요. 그리고 여유가 있으시다면 시집와서 오랜 시간 전업주부로 가사노동을 하면서 가족들을 위해 살았으면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봐요.. 가사노동도 요령껏 해야 해요.. 저의 예를 들어 볼께요. 예전에 저는 세 아이들의 속옷이며 양말 등을 각자의 방 서랍에 일일이 정리해 줬는데, 이젠 서랍 한 개에 넣어 주면 아이들이 각자 자기의 것을 찾아 입어요..원래 가사일이라는 것이 티도 안 나면서 해도해도 끝이 없잖아요. 가족들만 위해서 살던 주부들이 자녀들이 크고 나면 우울증에 걸린다고 하잖아요..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스스로가 뛰쳐 나와야 하는 것 같아요.. 뭔가를 얻고 싶으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해요. 도전하고 두드려야 길이 열려요.. 기회는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아요. 주부들도 자신을 위해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어요.. 꼭 좋은 옷을 사 입고 피부를 가꾸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계발을 위해서 노력을 해야죠


Q. 개인적으로 바라시는 점이나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우선은 올 10월에 있을 기사자격증을 준비할 예정이고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할겁니다. 나이 50에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령화로 나이든 사람들도 일을 해야 하거든요.. 예전에는 환갑잔치 했지만 요즘에는 칠순이 되야 잔칫상 차리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제 나이가 48세 이지만 38세와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호호. 취업의 문이 나이든 사람이나 기혼여성에게는 거의 없는데, 누군가가 자꾸 벽에 부딪치다보면 문이 열리지 않겠어요.

  
처음 인터뷰 제의를 했을 때 이경옥아줌마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동안 인터뷰했던 분들을 보니 별로 내세우고 할말이 없을 것 같다고. 그러나 막상 만나보니 자신감에 넘치는 당당한 모습의 아줌마였다.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일할 수 있다고, 그리고 나이먹은 기혼여성에게는 어렵기만한 취업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이경옥 아줌마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나의 모습을 보고 다른 아줌마들도 용기를 얻어 뭔가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던 이경옥 아줌마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지금 이순간도 또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 수많은 아줌마들을 위하여
대한민국 아줌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