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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대한해협 횡단한 김현자 아줌마


BY 아줌마닷컴 2000-11-23

20년전 조오련 선수는 수영으로 대한해협을 건넜다. 그때 20년 후에 다시한번 대한해협 횡단에 도전하기로 약속했었다. 그 20년 뒤인 2000년, 8월 28일. 조오련과 함께 대한해협 횡단에 도전한 사람들 중 아줌마 대표로  참가하여 무사히 횡단을 마친 김현자 아줌마(42)를 만나봤다. 인천 학익동의 김현자 아줌마의 집으로 방문했던 날은 아줌마가 횡단을 마치고 돌아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김현자 아줌마는 약간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햇빛에 검게 그을린 모습이 아주 건강해 보였다. 


 


 

Q. 만나뵙게 되서 너무 반갑습니다. 횡단 축하드려요.. 

A. 주부로서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 한 일인데, 저를 잘 봐주셔서 오히려 감사해요. 


 
Q. 요즘 얼굴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A. 많지는 않은데, 몇번 있었어요. 거제도에서 피자집에 한번 갔었는데 중학교2, 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학생들이 알아보고, 제가 저희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우는 방송장면을 보고, 자신들의 엄마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 제가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Q. 간단하게 본인과 가족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겠어요. 

A. 가족은 동갑내기 남편과 중학교 3학년인 아들 창욱이, 중학교 1학년인 딸 수빈이에요. 전 결혼한지 17년째인 아줌마고요. 남편은 아주 자상한 편이에요.. 제가 집을 비운 합숙훈련 기간동안 바쁜데도 아이들을 잘 챙겼줬어요..아이들도 참 착하구요
 
Q. 수영경력과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A. 수영은 8년 전에 시작했어요.. 건강이 좀 안좋아서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평형을 배우는데, 전 2달동안 킥판 붙잡고 발차기만 했어. 너무 진도가 안 나가니까 강사 선생님꼐서 보기에 안스러우셨는지 조심스레 다른 운동을
권하셨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까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Q. 이번에 대한해협 횡단은 어떻게 도전하게 되셨어요? 

A. 수영을 배우면서, 대한해협을 건너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원래 뭘 모르는 사람이 겁이 없잖아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요즘 아이들은 고생이라는 것을 모르고 너무 편하게만 생활하잖아요. 힘든 과정을 겪어야 뭔가를 얻을 수도 있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어려움을 가르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신문이나 우유배달을 시킬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저의 모습을 통해 강인함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평범하게 밥이나 빨래 이외에는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Q. 도전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A. 모두들 걱정하면서 많이 말렸죠.. 그 동안 제가 수영해 본 것은 수영장과 가까운 바닷가에서 수영한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특히 아들이 가장 많이 반대했어요.. 합숙 출발하기 전에 둘이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막상 뽑히니까 두려움도 생기지만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서 도전하는 거라고 타일렀지요... 
 
Q. 경쟁률은 어느 정도였어요?

A. 확실한 경쟁률은 잘 모르겠어요.. 응시 마감일 밤11시에 전화로 신청했는데, 담당 작가가 수영 잘하냐고 물어보길래,  대한해협 정도는 혼자서도 수영할 수 있다고 큰 소리쳤어요.. 호호호… 7월 2일 조오련 수영장에서 1차 테스트에서  90명을 뽑고, 2차로 한강 건너는 테스트에서 뽑힌 6명에 들어간 거에요… 사실 저보다 더 잘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응시를 하지 않으셨을 거에요.. 응시 조건이 1달간 합숙 가능한 사람이였거든요.. 

 
Q. 총 합숙기간부터 횡단하기까지 과정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세요.

A. 가장 처음 받은 훈련이 7월 15일 진해에서 하루동안 받은 UDT훈련이에요. 그리고 18일에 제주도로 가서 3주간 훈련 받고, 8월 2일부터 거제도에서 훈련을 받다가 12일에 1차 도전에 실패하고 8월 28일 낮 1시 9분, 부산 다대포항을 출발해서, 8월 29일 오전 7시 10분 대마도에 도착한 거에요.. 18시간 11분만에 횡단에 성공한 거죠.. 제주도에서 훈련받은  3주가 가장 힘들었어요. 제주도에서는 새벽, 오전, 오후 훈련을 받았는데, 한번 하면 2시간씩 훈련을 해요.. 거의 하루에  5시간씩 연습을 했죠.. 거제도에서는 횡단일자가 정해지면 3~4일전부터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오전 운동만 했구요.. 힘든 기간이었지만, 아주 재미있고 다들 저에게 잘 해 주셨어요..
  
Q. 연습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어요?

A. 다들 선수 출신이라서 너무 잘하시니까 그분들을 따라가려니 힘들었죠..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제주도에서 훈련받은 첫 1주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아니 그보다는 두려움이  너무컸어요.. 바다에 들어가면 못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아름다운 제주도의 바다가 너무 무섭게 느껴졌었어요.. 하여튼 첫날은 잠을 한숨도 못자고, 새벽에 바닷가에서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호호호..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죠.. 

 
Q. 연습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A. 8월 2일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합숙날에 거제도로 장소를 옮기면 운동을 못하니까 감독님께서 마지막으로 많이 시키셨어요.. 새벽 6시에 출발했는데 열심히 가다보니 너무 멀리 까지 갔더라구요..  원래 연습하던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길을 잘못 들게 되었어요.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역조류를 따라 오게 되었는데, 역류이다 보니 아무리 수영을 해도 제자리이거나, 조금만 가만히  있으면 바로 떠밀려 가게 되는 거에요.. 다들 천신만고끝에 어렵게 육지에 도착해 보니 시간이 10시더라구요. 그때는 정말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수영을 했어요.. 그리고 8월 23일 거제도에서 연습 중에 전기해파리에 쏘였는데, 다음날  연습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해파리를 만난 거에요… 다행이 전기는 없었지만 얼굴에 달라 붙어서 촉수로 쏘니까  제가 놀라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뻔 했었어요.. 덕분에 별명이 해리언니가 됐답니다. 
 
Q. 2차 횡단 때, 수영은 몇 시간이나 하셨어요?

A. 물상태에 따라서 영자의 순서가 정해졌어요.. 거리는 의미가 없고, 역조류를 타는 사람, 조류를 타는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 처음에는 1시간, 다음에는 30분, 마지막으로 20분씩해서 모두들 거의 3~4번씩은 수영을 했어요.. 연습 과정도 힘들었지만 실전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어요.. 횡단 때는 훈련할 때의 자기 스피드보다 빨리 수영해야 했기에 몇배나 더 힘이 들었죠.. 
 
Q. 성공후의 소감은 어떠셨어요?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셨겠지만요..

A. 성공하고 나니까 함께한 분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너무 감사해요.. 제주도에서 두려웠던 순간에 도와준 강기택 선수,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육현철, 최강진 교수님, 그외 영자들, 촬영스탭 모두 많이 도와주셨었거든요… 전 그저 다른 분들이 많이 힘드니까 조금 나누어 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마 제가 아니라 다른 분이 참가하셨어도 성공적으로 잘 하셨을 텐데요... 그리고 한달반 동안 엄마없이 지내준 아이들에게 고맙고, 힘들게 가정을 돌봐준 남편에게도 너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죠..
 
 
Q. 횡단 성공이후,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으시다면요?

A. 무슨 일이든지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번 경험이 살면서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자연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자연은 순응만 하면, 절대 인간을 해치지 않아요..  

 

Q. 힘든 과정 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이 있었다면요?

A.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어요.. 많은 힘이 되었죠.. 그리고 "역시 아줌마야.. 나이는 못 속여" 라는 말을 들을까봐 힘들어도 열심히 했어요.. 물론 함께 하신 분들 중에는 그런 말씀을 하실 분은 없었지만요.. 그리고 저 때문에 잘하시는 분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은 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요?

A.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아요.. 우선 가족들을 위해 아내로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야 겠구요.. 건강 유지를 위해서  수영을 계속 할 거에요..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체대에 입학해서 체육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어요..  그냥 생각만 가지고 있어요.. 호호호.. 
 
젊은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시작한 도전 정신과 두 달간의 힘든 합숙훈련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강인한 정신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녀들에게 세상을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김현자 아줌마에게는 대한해협을 횡단했다는 사실 이상의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을 것이다. 늦었지만 체육이라는 학문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현실로 이루어 대한민국  아줌마 대표로서 또 한번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을 수많은 아줌마들을 위하여
대한민국 아줌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