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일요일-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리면…전남 강진 김영랑 생가에 모란꽃 활짝. 자주색 감도는 붉은 꽃. 우아하고 기품이 넘쳐 흐르는 꽃. ‘꽃의 재상(花相)’이 작약이라면, 모란은 ‘꽃의 왕(花王)’으로 불렸다. 중국인들은 ‘꽃의 신(神)’이라고까지 떠받들었을 정도.꽃이 피면 그 앞에 술을 놓고 절까지 했다.오죽하면 영랑은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긴다’고 했을까. 이래저래 봄날은 가고, 인생도 간다.어느덧 올봄의 마지막 날. 봄은 요 며칠 뽀얀 속살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또 구름 뒤에 숨어버렸다. 주말까지 잿빛 구름이 하늘을 가릴 듯. 어린이날엔 비까지 오락가락해 아이들 속 깨나 상하게 하겠다. 내일은 입하(立夏).날이 개면 바로 뜨거운 여름이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 말고는 아무도 봄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올봄은 떠나는 날까지 참 징허게도 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