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일,금요일-봄 시샘하는 빗방울
햇살이 환한 밝은 거리.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불지만 화단에 핀 꽃들이 물방울을 이고 반짝이는 화창한 봄날의 정오. 엄마 손을 잡고 깡충거리는 초록빛 점퍼 차림의 꼬마와 울긋불긋 종이꽃을 흩날리며 그 앞을 지나가는 웨딩카를 보며 봄을 실감했다.
구름 속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엉기면서 땅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 과학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한 소설가는 “우리가 못 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고 했다.
고마움도 미안함도 마음 한구석에 숨겨 두는 데 익숙한 우리. 다행히 봄비 소식이 있다. 비를 틈타 ‘못 다한 말’을 건네 보자. 봄비는 땅을 살짝 적실 정도로 내리다 만다. 그치기 전에 서두르자. 전국에 다시 봄비가 온다. 그러면 또 어떤가. 경쾌한 빗소리 그치면 연초록빛 봄날은 더욱 짙어질 테니